신학대학교 졸업식이 끝난 뒤, 시험에 합격한 동현은 서재에 앉아 조용히 기도했다.
여러 해의 공부를 통해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소명을 완수할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실제로 자신의 이름을 건 교회를 세우는 일은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는 항상 교회가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이자, 지친 영혼이 위로받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기도해도 어느 장소에 세워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하나님, 제가 당신의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주시옵소서.”
그의 기도가 끝난 순간, 마음속에 희미한 빛줄기가 비추는 것 같았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길을 따라 자신만의 성전을 세우기로 마음먹은 그는 바로 기도와 준비의 시간을 시작했다.
며칠 후, 동현은 예배와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1층에 위치한 상가나 노출이 좋은 장소를 몇 군데 알아보았지만, 높은 임대료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기도와 고민이 계속되던 어느 날, 동현은 무심코 지나치던 건물의 지하에 발길을 멈추게 되었다.
그 건물은 8층짜리로, 지하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아 시야가 트여 있었다.
지하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동현은 순간 하나님께서 이곳에 교회를 세우라는 뜻을 주시는 것처럼 느꼈다. 겉보기에는 약간 황량하고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질 가능성이 가득해 보였다.
“이곳이 바로 주님께서 주신 성전이 될지도 몰라….”
그렇게 그는 확신에 차 그 자리에서 기도했다.
지하라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지진 않겠지만, 오히려 은밀하게 신앙을 찾는 이들이 오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동현은 다음 날 건물 관리 사무소에 연락해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을 마친 후, 그는 곧바로 교회의 구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십자가가 걸릴 자리를 정하고, 성도들이 앉을 예배석과 작은 목양실을 구상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 교회가 사랑과 은혜로 가득 찬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기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설계를 진행하던 중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그 지하 공간에 있는 공용 화장실에는 좌변기가 하나밖에 없었다. 성도들이 사용할 화장실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생각에 그는 당혹스러웠다.
예배가 열릴 때마다 생길 불편함을 생각하니 고민이 커졌다.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동현은 과거에 교제를 나누었던 원로 목사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원로 목사님은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는 그를 격려해주셨다.
“동현 목사, 하나님께서 세우고자 하시는 교회에는 반드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어려움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는 것이라 믿고 인내하십시오.”
목사님은 그에게 교회 장로님 한 분을 소개해 주었다.
그 장로님은 건축 사업을 하고 있었고, 여러 교회의 리모델링과 건축에 관여한 경험이 많았다. 그분과의 상담을 통해 동현은 또 한 번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장로님과 상담을 마친 동현은 ‘마이펌프’라는 회사를 소개받았다.
이 회사는 지하 공간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할 수 있는 특수한 기술을 보유한 업체였다. 그들은 배수와 하수구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필요한 시설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동현은 마이펌프의 담당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담당자는 그가 원하는 공간을 잘 이해하고, 배수 문제를 해결할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님께서 동현의 기도에 응답하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그는 다시 기도로 그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이펌프의 기술로 교회 공간에는 새로운 남녀 전용 화장실이 마련되었고, 지하에서 숙식 후, 샤워공간 까지도 설치되었다. 공사가 완성될 즈음, 동현은 가슴 속 깊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곳은 이제 성도들이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로 나아갈 수 있는 성전이 되었다.
그는 교회 내부를 아름답게 꾸몄다. 강단 위에는 십자가를 걸었고, 작은 성가대석과 기도실도 마련되었다. 교회는 작지만, 그곳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다고 그는 확신했다.
하나님께서 지하 공간을 성전으로 사용하실 것을 믿으며, 그는 이제 이곳에서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릴 준비가 되었다.
교회가 완성되고 첫 예배의 날이 다가왔다. 동현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시금 되새겼다.
예배를 드리러 오는 성도들의 발걸음을 보며, 그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공간이 축복의 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예배가 시작되고, 성도들이 하나둘 모여 찬양을 드릴 때, 동현의 마음에는 감사와 감격이 차올랐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지나면서 하나님께서 그를 이끄셨고, 그는 그 응답의 열매를 보고 있었다. 이제 이 교회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전이 되었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집이 되었다.
동현은 성도들과 함께 첫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께 약속했다.
“주님, 이 교회가 당신의 빛을 세상에 전하는 등불이 되게 하소서. 저와 함께 이 공간을 사용하여 많은 영혼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소서.”
그날, 그는 신앙의 힘과 하나님의 인도를 다시금 깨달으며, 새로운 사역의 여정을 시작했다.